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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무 생각

아침 일찍 교회로 올라오면서 나무를 생각했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나무를 바라보길 즐겨하며 유심히 관찰해 보기도 한다.

 

나무는 일생을 오직 한 곳에 있다.

깊이 뿌리내리며 어둠 속에서도 빛을 비추며 생명의 물질을 한다.

나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많은 세월을 한 옷으로 견딘다.

나무가 입은 한 옷은 일 년 동안 디자인이 바뀐다.

나무의 디자인은 리폼이다.

껍질을 벗겨내어 새 옷을 만드는 것 같다가도

나무는 껍질로 결을 만들고 자신의 독특한 옷을 만들어낸다.

나무는 줄기를 통해 하늘에 소망을 둔다.

나무가 뻗은 가지들은 햇살을 향해 둥근 모양을 만든다.

둥근 모양은 바람을 불러 세우고,

햇살을 만지며 교제를 한다.

나무는 봄에 새 잎사귀를 내며 숨을 쉰다.

여름에 녹음으로 새들을 부르며

그늘을 제공한다.

가을에는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 듯이

잎사귀마다 조명을 내며 알록달록한 단풍을 만든다.

나무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떨켜를 통해

스스로 생명을 버린다.

생명을 버리지만 다시 생명을 얻기 위해

낙엽은 땅에 떨어진다.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은

이리저일 뒹굴며 구석으로 모여 안식을 누리지만

오직 나무는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으며

오직 한 곳,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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