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투성이의 내 이마는 헝클어진 흰머리로 덮여 있고 내 뺨은 소가죽처럼 축 늘어졌다.” 제롬은 노년에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렇게 늙도록 그는 사막에 있었다. 지금은 유고슬라비아의 영토가 된 로마의 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당대의 가장 위대한 학자로 성장했다. 제롬의 청년 시절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청년의 삶이었다. 하지만 그의 절친한 친구가 세례를 받은 뒤 성직자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 그의 마음은 흔들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음란한 마음을 속죄하기 위해 순교자들의 유골을 안치한 지하 동굴을 찾아갔다. 그는 그곳에서 장차 올 영원을 느꼈다. 그 후 그는 로마를 떠났다.
그의 시대는 어거스틴, 크리소스톰, 암브로시우스 등 고대의 위대한 교부들의 시대와 겹친다. 그러나 당시 가장 발달한 문화 속에서 가장 사치스러웠던 로마 제국 말기의 시민인 제롬은 사막에서 안식을 찾는다. 그가 그곳에서 추구했던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의 순결한 삶이었다. 제롬은 가능한 한 세상 것들을 사랑하지 않으려 했다. 마치 부부가 서로 상대방만을 순결하게 사랑하듯이 그는 하나님 앞에 순결한 삶을 살아가려고 애썼다. 그는 그렇게 사막에서 늙어갔다.
우리 모두가 제롬처럼 사막으로 갈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신앙의 순결을 위한 각자의 처소가 있다.
(김기홍, 『천국의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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