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풍

큰사랑실버라이프 2020. 6. 26. 19:32

소풍을 다니던 어린 시절이 그립습니다. 어머니께서 김 밥을 싸 주고, 달걀을 삶아 주신 기억이 납니다. 그 김 밥냄새가 따스한 햇살과 어울려 소나무의 솔잎냄새와 나무 사이의 자연의 넓은 공간에 그득했었습니다. 마음에 설렘과 평안함이 어린 시절의 소풍 추억입니다.

언젠가 소풍을 주제로 시를 쓴 천상병 시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 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 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한번 만나야겠다고 생각하여 인사동을 찾았었습니다. 그는 못 만나고 그의 아내 목순옥 여사만 만났었죠. 지금은 비싸서 사지도 못하지만 당시에 일본에 수출하는 꽃게 한 상자를 들고 말이죠. 인사동의 작은 골목 안엔 귀천이라는 작은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삶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 들이 모여 앉아 차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천 시인의 아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천 시인은 하루에 일천 원씩 아내로부 터 용돈을 받아 그것으로 맥주도 사 먹고 하루를 자유롭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의 아내로부터 남편은 이미 하늘로 갔다고 말을 들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그의 장례식에 들어왔던 부조금도 잘못하여 아궁이에 때는 바람에 그가 하늘나라로 가는 데에는 여비가 넉넉 했을 거라고 웃음을 짓습니다. 소풍이라는 시가 너무도 인상적이어 서 천 시인을 만나러 왔지만 그의 아내에게 꽃게를 건네면서 “이 꽃게를 언제부터인지 천 시인에게 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 보지 못하네요.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 맛있게 드세요.”라고 전해 주고 모과차를 함께 마셨습니다. 찻잔이 비워지니까 다시 잔을 채워 주어 푸짐한 차인심도 받았습니다.

귀천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천 시인의 소풍에 대한 이미지만 마음에 담았었습니다. 한참 오래 전 이야기지만 추억을 해 봅니다. 소풍, 소풍 냄새가 나는 가을입니다. 따스한 햇살이 이제는 그립구요. 산마다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고 자연은 우리를 부릅니다.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마을이 티베트에 있다고 합니다. 100세가 넘은 노인들이 장작을 패고, 가게 일을 봅니다. 그곳엔 히말라야 산으 로부터 내려오는 만년설의 생수가 마을 안길로 흐르는데 그것을 주민들은 그것을 떠서 그대로 마십니다. 장수의 비결이 그 물에 있다고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태고의 자연과 더불어 하는 삶이 행복하고 장수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곳에 길이 생기고 관광지가 되면서 사람들은 각박해져 이제는 100세가 넘는 분도 줄고, 예전의 모습이 사라진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소풍갈 때 싸 가지고 갖던 음식을 다 먹고 빈 도시락을 들고 오는 것처럼 우리는 삶의 소풍에서 빈손이 되어야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 줄 수가 있습니다. 요즘 영화 타짜가 인기가 있습니다. 영화의 기술 감독인 장병윤 씨는 노름으로 번 돈은 의미가 없습니다. 남을 속여서 번 돈입니다. 하루에 수억, 천만 원도 벌었지만 그 돈이 헛 되게 다 사라졌습니다. 돈은 오히려 회한과 아픔을 주었습니다. 지금 고구마를 심고 그 돈으로 가족에게 생선을 사 갖고 집으로 들어 오는 것이 참된 기쁨인 것을 깨닫습니다. 자연에서 생산한 고구마가 이렇게 나에게 참된 기쁨을 주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소풍을 갈 때 그곳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칩니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빈 마음을 이 가을에 보여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