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사는 동안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싸움입니다. 이제는 만성이 되어 순전한 구경꾼의 눈으로 바라보게끔 되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다 보면 공자와 맹자도 싸우게 됩니다.
문제는, 남들에게 호락호락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성깔 사나운 사람으로 이름이 나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싸워 두어야 한다는 사고 방식입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폭력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위 폭력 문화의 광범위한 영향입니다. 이래저래 이곳 감옥 안에서는 웬만한 말다툼은 곧잘 싸움으로까지 직진해 버립니다.
그 많은 싸움들을 보고 느낀 것입니다만, 싸움은 큰 싸움이 되기 전에 잘게 나누어서 미리미리 작은 싸움을 싸우는 것이 파국을 면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 작은 싸움은 잘만 관리하면 대화라는 틀 속에서 비폭력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그것을 소화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책(上策)은 못되고 중책(中策)에 속합니다. 상책은 역시「싸움에 잘 지는 것」입니다. 강물이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흘러 결국 바다에 이르는 원리입니다. 쉽게 지면서도 어느덧 이겨버리는, 이른바 승패(勝敗)의 변증법을 터득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기기보다 어렵습니다. 지면서도 이길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이 경우에 어긋나지 않고 떳떳해야 합니다. 경우에 어긋남이 없고 떳떳하기만 하면 조급하게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할 필요도 없고, 옆에서 보는 사람은 물론, 이긴 듯 의기양양하던 당사자까지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완벽한 승리가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옥중서신「감옥으로부터의 사색」중/돌베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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